본문 바로가기
끄적이기/생활기

아이슬란드 여행기 : 레이캬비크의 거리

by Yionguon 2020. 9. 9.

 

 최근 다녀온 여행은 아니고, 아주 오래 전 사진입니다. 우연히 하드 디스크에서 찾아서 올려봅니다.

 

인천국제공항

 설레였습니다. 모든 것이 잘 풀릴 것 같고. 이 사진을 찍을 때 쯤 그리 오래 떠나는 것도 아닌데 '갑자기 김치가 그리워지면 어떡하지?' 하고 순수한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러시아 상공 어딘가

 지루하면서도 흥분되는 기묘한 경험이었습니다. 진짜 자다가 깨도 비행기고, 또 자다가 깨도 비행기고, 영화를 한 편 봐도 비행기에 있으니, 기분이 이상합니다. 좀 이상한 말이지만 '내가 아직도 하늘에 떠 있다고?'라는 생각입니다. 아주 오래 전에 제주도 여행 갈 때 외엔 비행기를 타 본 적이 없으니. 갑자기 괜히 숨 쉬기도 갑갑하구요. 이리저리 뒤척이다 결국 의자에 달린 화면으로 빅뱅이론과 메이즈러너를 봤습니다.

 

히드로 공항

 굉장히 형형색색 꾸며진 공항이었습니다. 인천 공항과는 다르게 어딘가 엄숙한 느낌도 들구요. 대부분의 공간이 굉장히 밀폐되어 있어 살짝 공산국가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한마디로 괴상했습니다. 지루한 환승 대기시간을 마치고, 아이슬란드로 떠나는 비행기를 탑니다. 기껏 영국까지 와서 공항만 찍고 가니 좀 바보가 된 기분이었지만, 일정을 그리 잡았으니 할 수 없죠.

 

기내식

 그냥 레토르트 식품입니다. 왼쪽이 실체고 오른쪽은 제가 과연 이런 것도 맛있어 보이게 될까? 하고 필터를 처리해놨었네요.

 

영국 상공

 '아니 저 까마득히 멀리 흩어진 수많은 불빛 속에 다 사람이 산다니!' 라고 또 한 번 비행기 초보다운 발상을 해주고. 사람이 지구 표면에 자란 세포들 같다고도 상상해봅니다.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서 지구 전체의 타입랩스를 찍을 수 있었다면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아름다운 옥구슬에 밤에만 발광하는 곰팡이가 퍼지는 모습과 비슷할지도 모릅니다. 비행기가 작아서 좀 위 아래로 웨이브를 타듯이 흔들렸는데 웬 외국 아주머니가 눈을 희번뜩하게 뜨시고 너무 무서워해서 외국인 중에서도 유난히 공포를 많이 느끼는 사람이 있구나 하고 굉장히 인종차별적이고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창 밖에 비행기 날개 끝에 튀어나온 게 되게 파들파들 떨리는 걸 본 것 같은데 착시 같기도 하고, 비행기도 쪼그매서 언젠가 사고가 나긴 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케플라비크 공항

 1011이라는 아이슬란드 판 CU 정도 되는 가게입니다. 여기서 이미 신났는데, 별 것도 없는데 괜히 둘러보겠다고 돌아다니다가 시간을 너무 지체해버렸습니다.

 

케플라비스 공항에서 버려지다

 영국의 히드로를 경유해서 거의 밤 11시 쯤인가 케플라비크 국제공항에 도착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바보같이 여유롭게 공항을 휘적휘적 다니며 둘러보다보니 그 날의 마지막 셔틀 버스를 놓쳐버렸고, 어두컴컴한 공항 한 쪽에 있는 수상한 외국인들에게 버스를 어디에서 타야 하느냐구 물어보니 버스는 끝나서 택시를 타야 한다고 합니다. 수상하다고 한 것이 불도 다 꺼진 어두운 곳에 도란도란 앉아 있었는데 뭘 하고 있던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비슷한 처지에 공항에서 밤을 보내기로 한 관광객이거나, 출퇴근이 번거로우니 공항에 상주하는 직원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진짜 이제 어쩌냐 하는 사이에, 진짜 공항의 매장 불도 다 꺼지고 셔텨도 내려버릴 기세입니다.

 

택시의 구원

 멍텅구리처럼 별 계획 없이 '공항 셔틀버스를 타면 일단 레이캬비크 까지 갈 수 있다.' 라고만 알고 도착한 터입니다. 공항은 불 다 꺼지고, 비까지 추적추적 옵니다. 주차장 쪽으로 나가보니, 갑자기 빗길 사이에서 붉은 후미등이 번쩍이더니 택시가 나타났습니다. 주차장을 마주보는 창문 안 쪽에는 우리와 비슷한 멍텅구리 처지의 외국 관광객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누가 새치기 하랴 헐레벌떡 뛰어가서 택시를 잡았습니다. 어익후 하고 같이 캐리어도 들어주는 친절한 기사님이었습니다. 시작부터 망한 줄 알았더니 이런 재밌는 경험도 하는구나 라고 생각하며 택시를 탑니다.

 

택시비

 한국에서 왔다는 둥 얘길 하다가 못미더운 영어 실력에 얼마 못 가서 침묵에 빠집니다. 아이슬란드어도 따로 있으니 사실 그 분도 어색한 외국어로 말을 한 셈일지도 모릅니다. 뭐라도 얘길 해 볼까? 말까? 하며 상당히 어색한 침묵 속에 41번 국도를 따라서 45분 정도 택시를 타고 레이캬비크에 있는 로프트 호스텔로 이동했습니다. 시내로 들어와서는 미터기를 내린 상태로 우리가 내려달라고 부탁한 정확한 곳을 찾아주기에 다시 한 번 '이 택시 기사님은 그래도 친절한 분이구나' 생각했는데, 택시비만 14만원인가 나왔던 걸로 기억합니다. 처음엔 대책도 없는 바가지를 맞았나 싶었지만 그냥 물가가 그렇답니다. 시작부터 14만원을 잃어버렸지만, 밤새 공항에 남겨지는 것 보단 나았겠지요. 여행객들이 아이슬란드 택시에 멘탈을 털리는 것으로 유명하답니다. 아무래도 정말 희박하다 할 정도의 인구밀도 탓에 목적지에 손님을 내려준 뒤에 다시 바로 손님을 찾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인가 추측해봅니다.

 

로프트 호스텔

 로프트 호스텔이라는 곳에서 하루를 보내고 주변을 둘러보러 나갔습니다. 여러 군데 고민하고 계시면 이 숙소도 꼭 추천합니다. 여러 형태의 숙소들 중에, 다 나름의 재미가 있었지만 로프트 호스텔이 그래도 가장 시설이 좋았습니다. 조식도 있구요. 아쉬운 건 공동 주방이 있지만 쪼르르 줄을 서서 사용하는 수준이다 보니 여기서 뭘 제대로 해먹기는 어렵습니다. 첫번째 숙소로는 좋았습니다.

 

 수도(?)라고도 할 수 있는 레이캬비크는 생각보다 작습니다. 거리도 그냥 우리나라의 가로수길과 얼추 비슷합니다. 작은 상가 건물들이 이어져 있습니다.

 

 1층은 주로 상가, 2층은 관광객을 위한 숙박시설로 구성되어 있는 듯 보였습니다. 주요 거리에서 벗어난 곳에선 주민들이 거주하기도 하는 것 같구요.

 

 아기자기한 포스터나 티셔츠를 판매하던 가게입니다. 재미난 벽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티셔츠나 포스터는 어디서든 구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구경만 하고 지나갔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냥 술술 훑어보며 구석구석 들어가보는 건데요. 왜 그렇게 시간이 없다고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거리는 따로 정비된 것 없이 이곳 저곳이 짜깁기 된 듯 관리되고 있었습니다. 정부나 경찰 조직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반쯤은 무정부상태같은데, 조금 무섭기도 했습니다. 실제로는 굉장히 평화롭고 안전하다고 합니다.

 

 모퉁이만 돌면 재밌는 가게가 나옵니다. 주로 관광객들을 타깃으로 하는 기념품 가게들입니다.

 

 공기가 굉장히 맑고 청량합니다. 안 그래도 공기가 맑은데 종종 비까지 오니 공기에 먼지가 아예 없는 것 처럼 느껴집니다. 도로의 아스팔트는 항상 젖어있습니다. 생각외로 이국적인 느낌 없이 정겹게 느껴집니다.

 

 이런 차량들은 관광객을 픽업해서 더 큰 관광용 대형 버스가 있는 곳에 내려주거나, 직접 관광명소로 데려다 줍니다. 다시 원래 탄 위치에 내려줘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관광 명소에 다녀오고 싶을 때 유용했습니다. 다만 인솔을 따라야 하고 그냥 가고 싶은 곳으로 마구 다니지 못하니 그게 좀 답답했습니다. 근데 화산지대다보니 어떤 명소들에는 끓는 물 구덩이가 있는 곳도 있어서 너무 멋대로 다녀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한 30초는 떨어져야 겨우 바닥에 닿을 거 같은 낭떠러지는 정말 발목 높이의 안전끈?같은 게 있을 뿐인 곳도 있구요. 이런 버스식 코스 관광을 이용하면 온갖 중국인, 일본인, 스위스인, 독일인, 중동인이 다 뒤섞여 엄청 쌈마이한 분위기에서 인솔자가 조금 어색한 영어로 설명을 해 주는데 정작 영미권 국가 사람들은 별로 없는 거 같았습니다.

 

 건물에 칠해진 페인트의 색감들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예쁘긴 한데 뭔가 좀 억지로 '응 여긴 여행지야'라는 느낌을 주려고 한 것 같기도 하구요.

 

 이런 기념품 가게가 정말 많습니다. 들어가보면 쿠팡에서도 구할 수 있을 법한 제품들도 많고, 아이슬란드 특산 기념품도 좀 있습니다. 아이슬란드 기념품이면서 중국산이 있는데 모르고 사면 진짜 씁쓸합니다. 주의해야 합니다.

 

 이런 의미 불명의 공간도 있고

 

 보다 보면 정말 관광객을 위한 도시구나 싶습니다. 여긴 아이슬란드야! 라고 느끼려면 좀 더 뒷골목 쪽으로 가야 합니다. 메인 거리는 그냥 가로수길 판박이에요.

 

 인터스텔라에 나올 법 한 괴상한 산이 보입니다. 사진으로는 그냥 산이구나 정도지만 실제로 보면 되게 벙찝니다. 물과 산이 저렇게 만다는 게 굉장히 이상하구요. 합성을 현실에서 본 듯한 느낌.

 

 저 보너스 마켓은 우리나라로 치면 롯데마트 같은 곳입니다. 중국산 식재료가 굉장히 많습니다.

 

 눈이랑 입을 그려놨습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도 생각하는 건 비슷해 보입니다.

 

 퍼핀 관련 기념품이 많아요.

 

 

 

 알록달록 칠해진 건물들이 독특합니다. 마냥 화려한 것도 아니고, 삭막한 것도 아니고 어중간한...

 

 1층에 일반 거주 주택도 많습니다. 관광객을 의식한듯한 조각상 배치입니다. 1층 거주하는 분들은 아무래도 많이 피곤할 것 같았습니다. 대부분 커튼을 종일 치고 있습니다.

 

 고양이는 우리나라 단모종 길고양이와 비슷합니다. 비슷한게 아니라 그냥 같은 종인 거 같습니다. 집사들의 배를 타고 이 대륙 저 대륙에 내리고 도망가다 보니 전 세계에 서식하게 된 것이겠지요...

 

 할그림스키르캬(정확히 이렇게 읽는지 모르겠네요...) 성당입니다. 정말 멋집니다. 높은 탑에 올라가 볼 수도 있구요. 그런데 예배를 하긴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주보도 있고 한다고는 본 거 같은데... 사실상 거의 관광지가 되어 버린 느낌입니다.

 

 사진 뭉치들 중에서 레이캬비크의 주변 풍경들 위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열심히 모아봤는데 거리엔 별게 없네요... 여긴 막상 별 거 없지만 그래도 나름 좋은 추억이 된 음식점이나 소소한 추억들이 많았습니다. 어느새 코로나로 대중교통 이용하기도 찝찝구리한 일상이 계속되고 있지만, 언젠가 또 여행을 다닐 만큼 상황이 나아지겠지요. 이런 상황에 옛날 사진들을 보니 또 신기해 보입니다.

 

반응형

댓글0